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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도박사가 부자 되는 법 (그리고 왜 추천 안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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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도박사가 부자 되는 법 (그리고 왜 추천 안 하는가)


지난 편에서 도박사의 심리를 다뤘다.

"한 방에 역전한다." 달콤하지만 위험한 유혹.

오늘은 불편한 질문에 답한다.

"그래도 도박사로 부자가 된 사람은 있잖아. 어떻게 한 건가?"

있다. 분명히 있다.

하지만 먼저 말해둔다. 이 편은 "추천"이 아니다. "이해"를 위한 글이다.


도박사가 부자 되는 방법

도박사가 돈을 버는 방식은 단순하다.

큰 리스크 × 좋은 타이밍 = 큰 수익

문제는 "좋은 타이밍"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다.

하지만 맞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한 일을 정리해본다.

방법 1: 초기 시장에 올라탄다

비트코인을 2012년에 산 사람은 부자가 됐다. 테슬라를 2015년에 산 사람은 부자가 됐다. 강남 아파트를 2000년대 초에 산 사람은 부자가 됐다.

공통점은 "남들이 관심 없을 때 들어갔다"는 거다.

모두가 "이건 사기야", "거품이야"라고 할 때 산 사람들.

현실:

  • 초기 시장을 알아보는 건 극히 어렵다
  • 100개의 "다음 비트코인" 중 99개는 사라진다
  • 살아남는 1개를 고르는 건 운에 가깝다

방법 2: 레버리지를 쓴다

자기 돈 1천만원으로 1억을 굴린다. 레버리지 10배.

10% 오르면 100% 수익이다. 1천만원이 2천만원이 된다.

현실:

  • 10% 떨어지면 100% 손실이다. 전액 청산.
  • 버틸 시간이 없다. 순식간에 끝난다.
  • "장기적으로 오를 거야"가 의미 없다. 단기 변동에 죽는다.

방법 3: 몰빵한다

분산 투자의 반대. 하나에 전부 건다.

"이건 확실해." "무조건 올라."

맞으면 대박이다.

현실:

  • 틀리면 전부 잃는다
  • 그리고 "확실한" 건 없다
  • 확신이 강할수록 위험하다

도박사의 생존 원칙

그래도 도박사의 길을 가겠다면, 최소한의 원칙이 있다.

원칙 1: 잃어도 되는 돈만 건다

전 재산을 걸면 안 된다.

전체 자산의 10% 이하만 고위험에 배팅
나머지 90%는 안전 자산에 유지

이게 "바벨 전략"이다.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말한 방식이다.

90%는 극도로 안전하게. 10%는 극도로 공격적으로.

10%가 전부 날아가도 90%가 남는다. 하지만 10%가 10배가 되면 전체 자산이 두 배가 된다.

원칙 2: 청산가를 미리 정한다

"얼마까지 떨어지면 손절한다."

이걸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본전 심리에 빠진다.

예시:
- 진입가: 100만원
- 손절가: 80만원 (-20%)
- 익절가: 150만원 (+50%)
 
80만원 되면 무조건 판다. 감정 개입 없이.

이걸 지키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하지만 지키는 사람만 살아남는다.

원칙 3: 이기면 절반은 뺀다

큰 수익이 났을 때 가장 위험하다.

"더 벌 수 있어." "이대로 가면 10억이야."

그러다 다 잃는다.

원칙:
- 원금의 2배가 되면, 원금은 빼고 수익만 굴린다
- 수익의 절반은 무조건 안전 자산으로 이동

이걸 지키면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은 지킨다.

원칙 4: 빚은 절대 내지 않는다

레버리지와 빚은 다르다.

레버리지: 증거금 내고 그 이상을 굴림. 최악의 경우 증거금 손실. 빚: 남의 돈을 빌려서 굴림. 최악의 경우 빚더미.

빚내서 투자하면, 잃었을 때 인생이 무너진다.

"대출받아서 갭투자", "마이너스 통장으로 코인"

이건 도박이 아니라 자살 행위다.


10년 후 시나리오

도박사의 길을 선택하면 10년 후 어떻게 될까?

솔직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확률로 본다.

시나리오 A (50%): 손실
- 원금의 50% 이상 손실
- 시간과 정신 에너지 낭비
-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
 
시나리오 B (30%): 본전 또는 소폭 수익
- 몇 년간 롤러코스터 탔지만 결국 제자리
- 스트레스 대비 효율 최악
- "그냥 ETF 샀으면 더 벌었다"
 
시나리오 C (15%): 중간 수익
- 연 20~30% 수익률 달성
- 자산 2~3배 증가
-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
 
시나리오 D (5%): 대박
- 자산 10배 이상
- "몇억 벌었대" 소문의 주인공
- 하지만 이게 유지될지는 모름

시나리오 D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확률은 5%다.

그리고 그 5%도 "운"의 요소가 크다.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왜 추천하지 않는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유 1: 기대값이 마이너스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위험 투자의 평균 수익은 마이너스다.

소수가 크게 벌고, 다수가 잃는다. 평균을 내면 손실이다.

"나는 소수에 들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아니다.

이유 2: 돈만 잃는 게 아니다

EP10에서 말했다.

시간, 건강, 관계, 정신. 다 잃을 수 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다. 하지만 10년을 차트 보며 보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유 3: 중독성이 있다

도박은 중독된다.

이기면 "더 벌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지면 "본전 찾아야 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그만두기 어렵다.

그리고 중독은 본인이 모른다. "나는 아니야. 언제든 그만둘 수 있어."

모든 중독자가 하는 말이다.


도박사가 아닌 다른 길

"한 방"을 꿈꾸는 마음은 이해한다.

현실이 답답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고, 성실하게 살아도 뒤처지는 것 같고.

하지만 도박사 외에도 길이 있다.

대안 1: 빌더 + 시간

빌더는 도박사만큼 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5년, 10년 쌓으면 복리가 붙는다.

콘텐츠가 쌓인다. 팬이 쌓인다. 수익이 쌓인다.

도박사의 "한 방"보다 느리지만, 확률이 훨씬 높다.

대안 2: 하이브리드

본업으로 안전판을 유지하면서, 작은 베팅을 한다.

전 재산을 거는 게 아니라 10%만 건다.

실패해도 본업이 있으니 괜찮다. 성공하면 보너스다.

이게 다음 편에서 다룰 "하이브리드"의 핵심이다.

대안 3: 그냥 최적화자

"한 방" 없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월 150만원 × 30년 × 연 8% = 약 20억

느리다. 하지만 확실하다.

그리고 30년 동안 삶을 즐길 수 있다. 차트 안 봐도 된다. 밤에 잠을 잘 수 있다.


마무리

도박사가 부자 되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확률이 너무 낮다. 그리고 잃는 게 돈만이 아니다.

만약 그래도 하겠다면, 최소한 원칙은 지켜라.

  1. 잃어도 되는 돈만 (전체의 10% 이하)
  2. 청산가 미리 설정
  3. 이기면 절반은 빼기
  4. 빚은 절대 금지

이 원칙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마라.

다음 편에서는 여섯 번째 형태인 "하이브리드"를 다룬다. 안전판 위에서 작은 모험을 하는 사람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형태일 수 있다.


[이번 주 생각해볼 질문]

만약 전 재산의 10%를 고위험에 베팅한다면, 얼마인가?

그 돈이 전부 사라져도 괜찮은가? 괜찮지 않다면, 도박사는 당신의 길이 아니다.


다음 편: EP12. 하이브리드의 철학 — 안전판 위의 작은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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