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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 수도승의 철학 — "충분함"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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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 수도승의 철학 — "충분함"을 아는 사람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수도승 형태가 아니다.

월 100만원으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다. 가끔 맛있는 거 먹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가족에게 뭔가 사주고 싶다. 물욕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미친 걸까? 아니면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야콥 피스커라는 사람

《Early Retirement Extreme》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 야콥 피스커는 덴마크 출신 물리학자다. 그는 20대 중반에 극단적인 결심을 했다. 연봉의 75%를 저축하겠다고.

그가 한 일은 간단하다.

  • 월세 300달러짜리 RV(캠핑카)에서 살았다
  • 외식을 거의 안 했다
  • 차를 안 샀다. 자전거를 탔다
  • 옷은 중고로 샀다
  • 취미는 도서관과 산책이었다

미친 짓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5년 만에 은퇴했다. 30대 초반에.


"충분함"의 교차점

《Your Money or Your Life》에서 비키 로빈은 "충분함의 교차점"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그래프를 그려보면 이렇다.

행복
 ↑
 │        ╭──────── 충분함의 교차점
 │      ╱
 │    ╱
 │  ╱
 │╱
 └──────────────────→ 소비

처음에는 소비가 늘수록 행복도 늘어난다.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 행복하다. 추울 때 옷을 사면 행복하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으면, 소비가 늘어도 행복은 늘지 않는다.

오히려 줄어들기도 한다. 물건이 많아지면 관리해야 할 게 많아진다. 큰 집에 살면 청소할 곳이 많아진다. 좋은 차를 사면 긁힐까 봐 불안하다.

수도승 형태의 사람들은 이 "교차점"을 정확히 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멈출 줄 안다.


FIRE 운동의 Lean FIRE

미국에서 시작된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운동이 있다.

이 안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중 "Lean FIRE"가 수도승 형태에 가깝다.

Lean FIRE의 기준은 이렇다.

  • 연간 생활비 4만 달러 이하 (한화 약 5천만원)
  • 자산은 생활비의 25배 (약 12억원)
  • 이자와 배당으로 생활비 충당

"12억이면 많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이거다.

그들은 12억을 모으기 위해 연봉을 올리지 않았다. 생활비를 낮췄다.

연봉 5천만원을 받으면서 4천만원을 쓰는 사람은 영원히 은퇴 못 한다. 연봉 5천만원을 받으면서 2천만원만 쓰는 사람은 15년 안에 은퇴한다.

수학적으로 그렇다.


한국의 수도승들

"그건 미국 얘기잖아. 한국은 다르지 않아?"

맞다. 한국은 주거비가 비싸고, 사회적 압박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도 수도승 형태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블라인드나 파이어족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글들이 있다.

"월 120만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월세 40, 식비 30, 나머지 50. 충분합니다."

"퇴사하고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텃밭 가꾸고 책 읽고 삽니다. 연금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서울 포기하니까 인생이 편해졌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충분함"의 기준이 명확하다.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자기가 정한 기준이다.


수도승이 될 수 있는 사람

모든 사람이 수도승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형태가 맞는 사람은 이런 특징이 있다.

맞는 사람:

  • 물질적 욕구가 정말 적다
  •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
  • 사회적 인정에 관심이 없다
  •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 "남들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

안 맞는 사람:

  • 물욕이 있다 (인정하자, 나쁜 게 아니다)
  • 가족 부양 책임이 있다
  • 사회적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 경쟁이나 성취에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에 가깝다.

나도 그렇다.


그럼에도 배울 점

나는 수도승이 아니다. 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수도승에게서 배울 건 있다.

1. "충분함"을 정의하는 것

대부분의 사람은 "충분함"을 정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더 원한다. 연봉이 올라도 만족하지 못한다.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승은 기준이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해." 그래서 멈출 수 있다.

2. 돈이 아닌 것의 가치

수도승들의 삶을 보면, 돈이 없어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산책은 무료다. 도서관은 무료다. 좋은 대화는 무료다. 햇살은 무료다.

우리는 너무 쉽게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3. 선택지가 있다는 것

수도승의 존재 자체가 증명한다. "꼭 그렇게 안 살아도 된다"는 걸.

회사 다니고, 돈 벌고, 승진하고, 집 사고. 이게 유일한 길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가지 않더라도, 알아두면 좋다.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유다.


마무리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봤다.

나는 수도승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아마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내 안에도 수도승의 조각은 있다. 가끔 "다 내려놓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게 진심인지,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어떤가?

수도승의 삶이 끌리는가? 아니면 "저건 나랑 안 맞아"라고 느껴지는가?

둘 다 괜찮다. 중요한 건 아는 거다. 내가 어떤 형태에 가까운지.

다음 편에서는 수도승이 어떻게 부자가 되어가고 유지하는 지를 다룬다.


[이번 주 생각해볼 질문]

당신의 "충분함"은 얼마인가?

월 얼마가 있으면 "이 정도면 됐다"고 느낄 것 같은가?

그 숫자가 명확한가, 아니면 계속 올라가는가?


다음 편: EP03. 수도승이 부자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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