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3분 읽기·5

EP01. 돈과 시간, 무엇이 더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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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1. 돈과 시간, 무엇이 더 소중한가


육아휴직을 쓴 적이 있다.

월급은 확 줄었다. 육아휴직수당이 들어오긴 했지만, 평소 받던 금액의 절반도 안 됐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불안했다.

근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돈은 줄었는데, 삶은 풍요로워졌다.

아이와 매일 산책했다. 가족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뭐하지?"라는 설렘이 있었다. 저녁에 잠들 때 "오늘 괜찮았다"는 만족이 있었다.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뭘 위해 돈을 벌었던 거지?"


돈을 위해 시간을 팔았던 때

육아휴직 전, 나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적이 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야간 당직을 섰다. 당직 수당이 꽤 됐다. 한 달에 몇십만 원 더 버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거래 같았다.

근데 대가가 있었다.

낮에는 졸렸다. 주말에도 피곤했다. 가족과 있어도 몸만 있고 정신은 없었다. 짜증이 늘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졌다.

돈은 통장에 쌓였는데, 삶은 피폐해졌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돈을 번 게 아니라, 시간을 판 거라는 걸.


두 경험의 차이

야간 당직과 육아휴직.

이 두 경험은 정반대다.

야간 당직육아휴직
늘었다줄었다
시간없었다많았다
삶의 질피폐풍요
기억흐릿하다선명하다

흥미로운 건, 돈이 더 많았던 시기의 기억은 흐릿하고, 돈이 적었던 시기의 기억은 선명하다는 거다.

왜 그럴까?

돈은 통장에 숫자로 남지만, 시간은 경험으로 남기 때문이다.


당신의 "진짜 시급"은 얼마인가

《Your Money or Your Life》라는 책이 있다. 저자 비키 로빈은 "진짜 시급"을 계산하라고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계산한다.

월급 400만원 ÷ 월 160시간 = 시급 25,000원

"나쁘지 않네."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반쪽짜리 계산이다.

진짜 시급을 알려면 이것들을 포함해야 한다.

  • 출퇴근 시간
  • 야근
  • 퇴근 후에도 일 생각하는 시간
  • 스트레스 해소 비용 (술, 쇼핑, 등)

이걸 다 포함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 투입 시간: 160시간 → 240시간
실제 순수입: 400만원 → 370만원

진짜 시급: 370만원 ÷ 240시간 = 15,400원

시급 25,000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5,400원이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예시다.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팔고 있다.


돈을 벌면 시간이 생길까?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돈 많이 벌어놓으면 시간이 생기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돈을 더 벌수록 책임이 커졌다. 직급이 올라가니 회의가 늘었다. 연봉은 올랐는데, 쓸 시간은 더 없어졌다.

《Die With Zero》의 저자 빌 퍼킨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나중에 즐기려고 지금 돈을 모은다. 하지만 정작 나중이 되면, 그 돈을 즐길 시간도 에너지도 없다."

20대에 1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여행과 60대에 1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여행은 다르다.

돈은 미래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보낼 수 없다.


6가지 형태와 시간

지난 편에서 6가지 삶의 형태를 소개했다.

이걸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다.

형태시간과 돈의 관계
수도승돈을 적게 벌어도 시간을 최대한 확보
최적화자적정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은 삶에 투자
빌더지금 시간을 투자해, 나중에 시간을 되찾음
투자자돈이 일하게 해서 시간을 삼
도박사시간을 압축하려는 시도
하이브리드기본 시간은 팔되, 일부로 탈출구 모색

어떤 형태가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돈만 많으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어떤 형태도 완성되지 않는다.


마무리

육아휴직 때 찍은 사진을 가끔 본다.

그 시절 통장 잔고는 불안했다. 하지만 사진 속 표정은 편안하다.

야간 당직 때 통장 잔고는 늘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돈을 벌 때, 우리는 무언가를 지불한다. 대부분 그건 시간이다.

그 거래가 정말 가치 있는지, 한 번쯤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첫 번째 형태인 "수도승"에 대해 이야기한다.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 그들은 정말 행복할까?


[이번 주 해볼 것]

당신의 "진짜 시급"을 계산해보라.

월급에서 출퇴근, 야근, 스트레스 해소 비용을 빼고 다시 나눠보라.

그 숫자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


다음 편: EP02. 수도승의 철학 — "충분함"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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