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의 진짜 의미
EP00.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의 진짜 의미
"부자 되고 싶다."
언제부터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학창시절엔 그냥 막연했다. 좋은 대학 가고, 좋은 회사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달렸다. 공부하고, 스펙 쌓고, 면접 보고. 취업에 성공했을 때 뭔가 고지에 올라선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름 아끼며 살았다. 커피 줄이고, 점심 도시락 싸고, 회식 2차는 빠지고. 통장 잔고가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며 "잘 하고 있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부동산이 폭등하고, 코인이 날뛰고, 주식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나는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벼락거지"가 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냥 성실하게 살았을 뿐인데.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뭘 위해 아껴왔던 거지?"
부자가 되고 싶은 건가, 거지가 되기 싫은 건가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거지가 되는 게 두려웠던 거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부자가 되고 싶다 = 끌림 (attraction)
거지가 되기 싫다 = 회피 (avoidance)
끌림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목표를 향해 달린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난다. 과정 자체가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회피로 움직이는 사람은 도망친다. 불안이 원동력이다. 문제는,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불안은 따라온다는 거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 항상 불안했던 거다.
선망하는 부자와 내 삶의 충돌
벼락거지가 된 후, 나도 "부자 공부"를 시작했다.
책을 읽었다. 유튜브를 봤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녔다.
근데 이상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괴리감이 커졌다.
어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욕망을 극대화하라.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다른 책은 이렇게 말한다.
"절약하고 투자하라. 시간이 답이다. 20년 존버하면 된다."
또 다른 책은 이렇게 말한다.
"사업을 해라. 남의 밑에서 일해서는 절대 부자 못 된다."
다 맞는 말 같았다. 근데 다 내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올인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20년을 기다릴 인내심도 없다. 사업? 솔직히 무섭다.
결국 나는 모든 걸 걸고 도전하지도, 현실에 만족하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에 갇혀버렸다.
"부자"의 정의가 하나가 아니라면?
《돈의 심리학》에서 모건 하우절은 이렇게 말한다.
"똑같은 경제 사건을 겪어도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교훈을 얻는다."
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과 19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은 "주식"에 대해 완전히 다른 감정을 가진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깨달았다.
"부자"의 정의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구나.
어떤 사람에게 부자는 "10억 자산"이다. 어떤 사람에게 부자는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어떤 사람에게 부자는 "돈 걱정 없이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부자는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상태인 거다.
그리고 그 상태에 도달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6가지 삶의 형태
고민 끝에 나는 돈을 대하는 삶의 형태를 6가지로 나눠봤다.
1. 수도승 (Monk) 적게 벌고 적게 쓰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 월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
2. 최적화자 (Optimizer) 시스템을 만들어 자동으로 굴러가게 하는 사람. 본업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복리에 맡기는 사람.
3. 빌더 (Builder)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 콘텐츠, 제품, 사업. 돈은 따라오는 것.
4. 투자자 (Investor)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사람. 종잣돈을 모아 시장에 맡기고 기다리는 사람.
5. 도박사 (Gambler) 한 방을 노리는 사람. 레버리지, 코인, 고위험 베팅. 터지면 역전, 실패하면 원점.
6. 하이브리드 (Hybrid) 안전판은 유지하면서 작은 모험을 하는 사람. 본업 + 사이드, 확정 + 옵션.
이 중에 정답은 없다. 틀린 것도 없다.
다만, 나에게 맞는 형태가 있을 뿐이다.
왜 괴리감이 생겼는지 이제 알겠다
내가 괴롭던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아마 "최적화자"나 "하이브리드"에 가까운 사람인데, "도박사"나 "빌더"의 방법을 따라하려고 했던 거다.
남들이 "이렇게 해서 부자 됐다"고 하니까,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근데 그건 "그 사람의 정답"이었던 거다.
《Die With Zero》의 저자 빌 퍼킨스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순자산(net worth)을 최대화하는 게 아니라 순충족(net fulfillment)을 최대화하는 게임이다."
나는 순자산을 쫓느라 순충족을 놓치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원하는 "충족"이 뭔지도 몰랐던 거다.
이 시리즈에 대하여
이 시리즈는 거창한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질 거다.
- 당신에게 "충분함"이란 무엇인가?
- 당신은 어떤 형태의 삶을 원하는가?
- 그 삶에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
- 그 돈을 어떻게 만들 건가?
나도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 이 글을 쓰면서 같이 찾아가려고 한다.
만약 당신도 나처럼 "부자 되고 싶은데, 왜 마음이 안 따라가지?"라고 느꼈다면,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 거다.
다음 편에서는 "돈과 시간,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이야기해본다. 당신의 시간은 정말 얼마짜리인지, 한번 계산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거다.
[이번 주 생각해볼 질문]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가? 답이 안 나온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부자 되는 법"이 아니라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편: EP01. 돈과 시간, 무엇이 더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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